애니메이션 ⟪재회⟫ 강앞솔 감독 인터뷰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스쿨 | CKAS 최우수상 | 레몬사운드


안녕하세요! 레몬사운드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애니메이션 ⟪재회⟫ 강앞솔 감독님의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강앞솔 감독님은 2023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스쿨을 졸업 후, 일본 소재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품으로는 CK2023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재회⟫, CK2024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맥거핀⟫이 있으며,

레몬사운드에서 두 작품의 음악 모두를 함께 작업하셨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청강대 18학번, 2023년에 막 졸업을 한 애니메이션 감독 강앞솔입니다. 작품으로는 CK2023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재회, CK2024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맥거핀이 있습니다.

Q.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애니메이션 업계 외길을 걷겠다는 마음으로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단순히 그림그리는 게 좋아서 그림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찾아보다가 만화애니메이션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 좋아하고, 오타쿠 서브컬쳐 쪽의 문화를 좋아했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무작정 애니메이션 입시학원을 가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배워봤었습니다. 그 때 당시 했던 생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작업들은 학교를 가서 배워야만 하지 않을까 싶어 애니과로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 같은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은 애니메이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도 처음에는 2D가 아닌 3D를 배웠습니다. 3D가 가장 학교에서 배우기 좋은 기술이기도 했기 때문에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좀 더 좋아했더라고요. 기술보다는 기획,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더 좋아한다는 걸 학교를 다니면서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배우면서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찾은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어떤 파트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취직을 하면 작화 파트로 가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최종적으로 손을 대 보고 싶은 것은 아까 말씀 드렸듯이 기획이나 컨셉 아트, 감독 파트를 중점으로 하고 싶은 것 같아요.

ABOUT ⟪재회⟫ -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Q. 레몬사운드와 함께했던 첫 작품 ⟪재회⟫에 대한 유의미한 성과들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재회⟫는 국내외에서 상을 35개를 탔어요. 주요한 수상 이력으로는 BIAF, 청주국제단편영화제, 캐나다판타지아, 체코 즐린영화제, 일본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정도입니다.

이야기는 세월을 뛰어넘은 모녀의 사랑을 빠른 템포의 레트로밴드 사운드와 기묘한 선율의 국악을 경쾌한 리듬 속에 녹여낸 뮤비 형식의 2D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엄마와 딸이 사실은 몇천 년 전 서로의 역할이 뒤바뀐 전생을 공유했다는 설정인데요. 전생에서 모종의 이유로 헤어졌던 모녀가 다시 태어나 또 다시 모녀로서 살고 있다는 간단한 내용을 음악과 함께 묵직하게 담아냈어요.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음악이 없었으면 절대로 시도할 수 없는 장르였어요. 대사가 하나도 없고 오직 음악으로만 감정이 전달되어야 하거든요. 저희 팀에게는 정말 도박과 같은 시도였는데 레몬사운드에서 음악 작업을 너무 잘 도와주셔서 좋았습니다.

레몬사운드의 존재를 몰랐을 때, 음악 레퍼런스로는 닛쇼쿠 나츠코의 ‘로그마로프’가 있었어요. 이 노래를 가지고 뮤비를 만들어 보자, 수익이 안 나도 좋으니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우리만의 이야기, 필름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더 높아지게 됐습니다.

Q. 이런 이야기의 첫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게 되셨나요?
개인적인 경험에 상상력을 덧붙여서 만든 이야기에요. 제가 중학생 작품의 주인공인 한별이랑 비슷하게 엄마랑 싸워서 가출 비슷한 걸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집에서 나와서 있었던 PC방에서 웹서핑을 하다가 어떤 글을 봤었어요.

그 글의 내용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서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서 지켜주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읽고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사실은 내 옆에 지금 있어 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닌데, 혹시 내가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당연한 거라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었어요. 어떤 순간이 있더라도 그 순간은 당연한 순간이 아니고, 누군가는 갖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요.

그 때 당시에 이렇게 강렬하게 느꼈던 가지고 와서 재회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런 내용을 담아서 저와 같이 팍팍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라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한 번쯤 돌아보고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Q. ⟪재회⟫를 제작하실 때, 많은 팀원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작업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살짝 소개해 주세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저희 학교 (청강대) 에 애니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작업공간인 CCRC가 있는데 저희 팀원들이 그 공간에서 매일 매일 밤을 샜어요. 다들 집을 안 가고 학교에 빈백을 갖다두면서 작업을 했는데 3-4일을 계속 작업만 했었습니다. 저희 학교가 높은 산에 있어 지대가 높아서 집들이 다 아래 쪽에 있는데, 그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귀찮아서 학교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새벽에 계속 팀원들끼리 작업하다가 중간에 잘 안 되면 저희끼리 밖에 나가서 비눗방울을 불었어요. 그런 식으로 매일 밤을 새면서 작업하고, 새벽 마다 팀원들이랑 나눴던 소소한 추억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재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시나 팀원 분들이 열정 있게 만들어 주셔서 최종적으로 완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감독인 제가 작품에 대해서 생각만 한다고 완성이 되는 게 아니고,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합을 맞춰야 했으니까요. 애니메이션 팀원 분들은 물론 레몬사운드까지 모든 힘을 합쳐서 나올 수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팀원을 구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식으로 작품 팀원을 구하셨나요?
학교 카페에 팀원 모집 기획을 올렸어요. 제가 작품에 대한 기획서를 올리며 팀원을 모집한 거죠. 그래서 ⟪재회⟫를 작업할 때 뵌 분들은 모두 초면인 분들이었습니다. 청강대에서는 ‘졸업 프로젝트’라는 과목이 있는데, 감독을 하고 싶으면 감독을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팀원으로 작업을 하면 되는 시스템이에요.

⟪재회⟫ 음악 제작을 레몬사운드와 했을 때 좋았던 점?

Q. 음악 제작은 이전에도 매번 진행하셨나요?
재회가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저의 작품들은 모두 레몬사운드에서 진행했습니다. 제가 뮤직비디오 제작에 많은 흥미가 있어서 저의 두 작품인 재회와 맥거핀 모두 음악이 정말 중요했어요.

Q. 레몬사운드와 작업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어떤 점이었나요?
애니메이션 음악을 의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감정의 전달이었어요. 레몬사운드에서 음악을 의뢰했을 때는 그 '감정의 전달'이 정말 완벽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해주셨고요.

레몬사운드에서 만들어 주시는 음악을 듣고 저도 더 영감을 받아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 완성된 음악만 주시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 계속 컨펌을 진행하면서 작업했는데 계속 만들어지고 수정되는 사운드를 듣고 이 작품만을 생각하면서 만드신 게 정말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작곡가님과 작품 사이의 시너지가 발생했던 것 같고요.


내 작품만을 위한 음악을 처음 받아봤었는데, 정말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Q. ⟪재회⟫ 다음 작품인 ⟪맥거핀⟫은 레몬사운드의 레모네이션 콘테스트 시스템을 이용하셨는데, 작업을 하시면서 어땠는지?​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을 제출한 모든 음악가들의 곡을 들어보고 결정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정말 좋았어요. 만약 일대일 개인 의뢰에서 생각했던 느낌과 다른 무드의 곡을 받았다면 하염없이 수정이 반복되었을 수도 있었는데,

레모네이션 개최는 제가 모두 들어보고 작품에 가장 적합한 음악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강점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면?

Q. 애니메이터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저의 작업적인 스타일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감독으로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독특한 스타일로 전달하는 것이 저의 스타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라는 내용을 재회로 녹여낸 것처럼요. 제가 만드는 이야기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저만의 스타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감독이 아닌 작업자로서의 개성을 물으신다면, 순발력이 좋은 것 같아요.

처음 맞닥뜨린 말도 안 되는 개체 - ⟪재회⟫에서는 사자 탈 같은 캐릭터라던지, ⟪맥거핀⟫에서 후반부에 나왔던 보스몹 같은 캐릭터를 - 들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잘 그려내는 것 같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툴 같은 것들도 소화해내기에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두 개의 작품 모두 1년 안에 완성해내야 하다 보니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가장 큰 도전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이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마감에 대한 공포가 매번 가장 큰 도전이 돼요. 큰 팀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이게끔 모든 사람들을 모아서 ‘작품 완성’이라는 골에 넣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세세하게는 모든 것들이 다 도전이었어요.

Q. 감독님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게, 제가 인풋이 많이 없어요.

작품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던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작품들이 없고, 저는 제 주변에 있는 사건을 보거나 일들을 겪고 어떤 감정을 느끼면 그걸 가지고 상상력을 결합해서 작품을 만드는 편입니다.

Q. 동료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작업할 때 느끼는 가장 좋은 시너지가 있다면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가장 크게 느꼇던 시너지는 그 분들이 잘해주시고를 떠나서, 각자의 사고방식이 결합해서 작품이 탄생한다는 점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저만의 세계밖에 모르잖아요. 그런데 팀원 분들이 각자가 평생 봐온 레퍼런스는 다르죠. 제가 작품을 만들면서 어느 부분이 막혔다면, 그 막힌 지점에 대해 팀원 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나요?
모든 걸 다 완성해서 상영관에 마지막 크레딧에 제 이름이 올라갈 때 정말 좋아요.

크레딧이 뜨면 관객 분들께서 박수를 쳐 주시는데 사실 영화제에서 제가 박수를 치거나 하면 당연히 박수를 치는 느낌인데, 막상 제가 감독이 되어 그 박수를 받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살면서 느껴 본 어떤 감정보다 가장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Q. 현재 작업 중이신 작품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작업적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지금은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잠시 쉬고 있습니다. 멀리 보면 지금처럼 감독 혹은 기획 단계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우선 그러려면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서 푹 쉬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 쪽에서의 일들을 계속할 예정이에요. 하반기부터는 일본 일들을 작화 쪽의 경력을 키우고 연출, 감독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일본이랑은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
일본 쪽에서는 결정적으로 애니메이션 ⟪맥거핀⟫을 보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굳이 애니에는 국한되지 않고 애니든 만화든 어떤 매체로든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계속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영향받고 소통하는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Q. 애니메이션 산업 종사자들에게, 또 동료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예술이 그렇겠지만, 예술가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것,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달라요.
그런 '다른 생각'을 본인의 스타일로 녹여내고 그 결과로 다양한 작품들이 생기는 걸 보는 것 자체가 대중예술의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쓰려고 할 때, 남들에게 '이 작품 어때?' '이게 더 좋은 것 같아?' 를 물어보기 전에 '내가' 보기에 뭐가 더 좋고 '내가' 보기에 뭐가 더 마음에 드는지에 대한 생각을 꼭 하면서 작업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관철시키는 일이요.

⟪재회⟫ 음악 레몬사운드 작곡가 인터뷰 보러가기⬇︎

https://blog.naver.com/lemonsound_kr/223049159019